요즘 중딩스러움을 물씬 풍기는 큰아이와 대화를 하고 있으면 못 알아듣는 말들이 많이 있다.
간혹, 친구들과 주고 받은 메신저 내용은 암호해독 수준일때도 있다.
단어의 뜻을 물어봐도 느낌적으로 어떤 의미구나로 이해만 하게 되지 그걸 왜 쓰는 거고 어떤 상황일 때 쓰고 있는지.. 궁금할때가 많았는데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요즘것들사전'이라는 책을 보았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 있는 부모라면 한번씩 읽어보면 좋을 듯 하고, 나도 적절한 상황에 확인해 보기도 좋을 것 같아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ㅡ 목차 ㅡ
001. 현타 : 돌아보기와 생각하기
002. 열폭 : 열등 콤프렉스, 우월 콤플렉스
003. 꿀잼 : 스스로 재미를 찾고 만드는 능력
004. 덕후 : 도피냐 확장이냐
005. 어그로 : 관용과 다양성
006. 관종 : 관심을 나누는 공동체
007. 꼰대 : 노년의 참된 의미
008. 세 줄 요약 좀 : 언어적 표현의 두 종류
009. 답정너 : 겸손이라는 이름의 비굴함
010. 전설의 레전드 : 후기 식민주의의 눈으로 본 세상
011. 인실 : 시민 사회, 그리고 국가의 기능
012. 수저 : 수저의 카스트
013. 헬조선 :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014. 병크 :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015. 종특, 충 : 혐오와 배제의 싹
016. 각 : ‘각’의 배경, 복잡계 이론
001. 현타 : 돌아보기와 생각하기
현타는 현자와 타임을 합친 '현자 타임'을 두 글자로 줄인 말이다. 어른들 중 이 두 단어를 모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것들이 "아, 이런 현자 타임 왔다."라고 말할 때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어른은 많지 않다. 게다가 현자 타임을 두 글자로 줄여 '현타'라고 하면, 원래 단어들은 완전히 사라지고 어른들은 전혀 알아듣지 못할 새로운 말이 된다.
현자 타임을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현명한 사람의 시간' 혹은 '내가 현명해지는 시간'이라는 뜻이라 설법을 듣거나 참선을 하는 시간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그런 것과는 전혀 관계없다. 이 말은 뼈저린 후회와 허무함의 시간이라는 뜻이다.
무언가에 재미를 느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몰두하다가 문득 돌아보니 그 모든 것이 갑자기 허무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말한다.
002. 열폭 : 열등 콤프렉스, 우월 콤플렉스
이 말은 매우 뜨겁고 격렬한 느낌을 준다. 열이라는 말도 뜨거운데 폭발까지 붙어 있다. 뜨겁게 폭발하다니.
그래서 이 말은 극도로 흥분하거나 분노를 터뜨리는 상태란 뜻으로 잘못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가 매우 흥분하거나 크게 화를 내고 있을 때 "어허, 이 사람아 열폭하지 말게."라고 말하거나 "저 친구 또 열폭하네."이렇게 말하는 식으로.
하지만 이 말은 뜨겁다는 의미와는 상관이 없다. '열등감 폭발'의 줄임말이기 때문이다. 열등감 뒤에 폭발이 붙은 까닭은 열등감을 자기비하나 자신감 상실의 형태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공격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열등감과 분노, 열등감과 폭력적 반응은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003. 꿀잼 : 스스로 재미를 찾고 만드는 능력
어른들은 이 말을 꿀로 만든 잼으로 생각하기 쉽겠지만, 잼과는 아무 상관 없다. '꿀'은 요즘 것들 사이에서 긍정의 최상급을 나타내는 접두어다. '꿀팁', '꿀효능', '꿀알바' 등과 같이 쓰인다. 이 꿀이라는 접두어 뒤에 재미를 한 글자로 줄인 '잼'이 붙은 꿀잼은 '재미있다'의 최상급 표현이다. 때로는 꿀을 영어로 바꾸어서 '허니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대로 재미가 없을 때는 '노잼'이라고 한다. 꿀잼, 노잼 모두 그 앞에 '최최최상급'접두어인 '핵'을 붙이기도 한다. 핵꿀잼, 핵노잼. 그런데 핵꿀잼보다 핵노잼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004. 덕후 : 도피냐 확장이냐
'덕후'는 어떤 분야에 심취하는 것이 도가 지나쳐 그 세계에 풀 빠져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취미 생활에 병적으로 집착하거나 특정 분야에 대해 남들이 알지 못하는 전문적인 정보와 지식을 지닌 사람을 의미한다. '
'오덕'이라고도 부르며, 때로는 한 글자로 줄여서 '덕'이라고도 한다. 덕후는 일본어인 오타쿠를 한국식 발음처럼 바꾸어 오덕후라고 부르다가 두 글자를 좋아하는 요즘 것들에 의해 오덕, 덕후가 된 것이다. 한 글자로 줄인 덕은 '야덕(야구에 푹 빠진 사람)', '건덕(건담에 푹 빠진 사람)', '클덕(클래식 음악에 몰두하는 사람)'처럼 접미사로 주로 쓰인다. 여기서 파생된 것이 '덕질'이다. 덕질은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를 말한다.
005. 어그로 : 관용과 다양성
어떤 말이나 행동이 다른 사람의 적대감의 원인이 될 경우 "이런, 어그로 유발했다." 이렇게 말한다. 또 어떤 말이나 행동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적대감과 공격적인 반응이 생기면 "광역 어그로를 유발했다." 라고 말한다. 일부러 다른 사람의 어그로를 유발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 '어그로꾼'이라고 한다. 그리고 현재 발생한 어그로가 어그로꾼에 의한 것일 때 "어그로를 유발했다." 라고 하지 않고 "어그로를 도발했다." 라고 한다. 어그로를 끌기 쉬운 주제나 소재는 낚시 용어를 빌려 '떡밥'이라고 부른다. 즉 어그로꾼이 어그고를 도발하기 위해 일부러 어떤 민감한 주제에 대해 발언할 경우 "떡밥을 던졌다."라고 하고, 사람들이 그 발언에 분개하면 "떡발을 물었다."가 되는 것이다.
006. 관종 : 관심을 나누는 공동체
관종은 '관심 종자'의 줄임말이다. 관심 종자란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좀 더 공식적으로 표현한다면 '관심병환자'정도로 옮겨 볼 수 있지만 아무래도 관심 종자같이 강한 느낌을 주지는 못한다. '관종'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남에게 보여 줄 만한 탁월한 재주도 없고, 관심을 끌 만한 매력도 없다고 여길 때 관심을 끌기 위하여 우스꽝스러운 말을 하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여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한다. 비윤리적인 행동, 무능력과 어리석음 등 부정적인 것을 통해서라도 관심을 끌고자 하는 것이다.
007. 꼰대 : 노년의 참된 의미
꼰대는 은어로 '아버지', '선생', '늙은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한때는 이 말이 일본어로 아버지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사실무근이며, 일본어에는 이와 비슷한 단어도 없다. 한편 전라도, 경상도 지역 사투리인 '꼰데기(번데기)'에서 왔다는 주장도 있다. 이마의 주름이 번데기 같다는 뜻에서 그렇게 부르다가 '기'는 사라지고 꼰대가 되었단ㄴ 것이다. 혹은 나이 먹은 어른들이 주로 사용하던 곰방대가 축약되어 꼰대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곰방대 든 사람'이 곰대, 그리고 강한 발음이 붙으면서 꼰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꼰대질'은 말 그대로 '꼰대가 하는 짓거리', 즉 꼰대가 하는 행위나 일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008. 세 줄 요약 좀 : 언어적 표현의 두 종류
"좋은 글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저한테는 너무 길고 어렵습니다. 한 세 줄 정도로 요약해 주실 수 있을까요?"얼른 들으면 꽤나 겸손한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 말은 인터넷 공간에서 꼰대질을 하는 사람들을 조롱하거나 그들의 꼰대질을 일순간에 희화화하는 말이다. 대체로 꼰대질하는 사람들은 전한려는 메시지에 비해 말이나 글이 많고 길다. 시간을 일방적으로 독점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요즘 것들은 정면으로 꼰대들의 글을 반박하거나 문제 제기하는 대신 "세 줄 요약 좀"이라고 정중하게 부탁한다. 이 말 속에 들어 있는 진짜 의미는 "내용도 없으면서 무슨 말을 이렇게 길게 해?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나 있는지 의심스럽다."정도가 되겠다.
009. 답정너 : 겸손이라는 이름의 비굴함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하기만 하면 돼."를 줄인 말이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자신의 뜻을 강압적으로 관철하는 상황을 표현할 때, 혹은 아랫사람에게 어떤 선택의 여지도 없는 상황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선배가 후배들과 같이 식사를 하러 갔을 때 선배가 "먹고 싶은거 있으면 뭐든지 시켜. 음. 난 뭘 먹을까, 짬뽕." 이렇게 말한 경우 얼핏 들으면 후배들도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하라는 말로 들린다. 하지만 실제로 후배들이 이 말을 그렇게 들을까? 그럴 리 없다.
그날의 식단은 짜장, 짬뽕, 볶음밥의 범위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말로 듣기 십상이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쓰는 말이 '답정너'이다.
010. 전설의 레전드 : 후기 식민주의의 눈으로 본 세상
전설의 레전드는 실제로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공연히 어려운 말을 구사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비웃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쉽게 말해도 되는데 굳이 어려운 말, 혹은 외국어를 섞어 쓰면서 허세를 부리는 행동을 꼬집는 것이다. 유식한 척하려는 사람이 "음, 이건 전설이라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레전드라고 해야겠죠."라고 한 것을 비웃으면서 비롯되었다. 비슷한 말로 '운명의 데스티니', '어둠의 다크' 등이 있다. 비슷한 뜻으로 '보그체'라는 말도 있다. 패션 전문 잡지인 [보그(Vogue)] 한국어판에 이러한 표현이 자주 나온다고 해서 붙은 말이다.
011. 인실 : 시민 사회, 그리고 국가의 기능
이 말은 "인생은 실전이야, 좆만아."의 줄임말이다. "인생은 실전이야."까지는 그럴 듯하지만 마지막 "좆만아"는 매우 심한 비속어다. 그래서 여기서는 마지막 한 글자를 빼서 '인실'까지만 쓴다. 실제로 요즘 것들은 인실이라고 두 글자만 사용하기도 한다. 인실은 선배가 후배에게, 어른이 젊은이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그동안 억눌리고 참아 왔던 젊은이나 약자가 어른이나 강자에게 법적인 제재를 가하기로 마음먹을 때 쓰는 말이다. 그러니까 이 말을 풀어 보면 이런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너, 내가 꼼짝 못 할 줄 알았지? 웃기시네. 인생은 실전이야. 한판 붙어 보자고. 쓴맛을 보여 주겠어."
012. 수저 : 수저의 카스트
수저는 영미권에서 사용하는 '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라는 숙어에서 비롯되었다. 이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입에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정도가 되겠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라는 말은 사라지고 금수저, 은수저만 남았다. 금수저는 재산 규모가 어마어마한 부모에게서 태어나 호의호식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뜨하고 은수저는 부모의 재산이 어느 정도 도음은 되겠지만 스스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사람을 뜻한다. 흙수저는 부모에게 경제적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013. 헬조선 :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지옥을 뜻하는 영어 단어 헬(hell)과 조선을 합성한 말로 때로는 헬과 한반다로르 합쳐서 '헬반도'라고도 한다. '헬조선'에는 우리나를 매우 강력하게 비하하는 의미가 이중으로 들어 있다. '헬'은 지옥이니 이 말이 비하의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 '조선'은? 조선 시대에서 따온 말이 아니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이 내지인과 조선인을 구별하고 차별하던 의미로 부른 조선이다. 요즘 것들은 비참한 처지를 더 장고하기 위해 헬한국 대신 헬조선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이다. '지옥불반도'나 '망한민국'도 헬조선과 비슷한 뜻으로 쓰이고 있다.
014. 병크 :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병크는 '병신 크리티컬'의 줄임말이다. 크리티컬은 게임에서 결정적으로 승기를 가져올 수 있는 치명적인 공격 한 방을 말한다. 두 글자로 줄여서 흔히 이걸 '크리'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수학 때문에 시험을 아주 명쳤을 때 "아, 수학 크리 맞았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크리'가 자기 스스로에게 향하는 경우에는 '병크'가 된다. 크리는 크리인데 자기가 망하는 병신 짓을 했다는 뜻이다. '병림픽'은 "병신들이 올림픽 한다."라는 말 혹은 더 정확하게는 "누가 더 병신인지 올림픽이라도 열었나 보다."의 준말이다. 이 말은 열 사람이 다투는데 승자도 패자도 없이 다 같이 한심해서 누가 누가 더 못났나를 겨루는 것처럼 보일 때 사용한다.
015. 종특, 충 : 혐오와 배제의 싹
종특은 신문 기자들이 좋아하는 특종을 거꾸로 쓴 말이 아니다. '종족 특성'을 두 글자로 줄인 것이다.
어떤 사람을 그 사람의 개성이 아니라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의 성격만으로 단정 짓는 것인데, 일단 '종특'이라는 말이 사용되는 순간, 그 특성을 지닌 집단은 비하의 대상, 비난의 대상이 된다. 종특은 주류 집단이나 지배 집단에 쓰이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자신과 다른 외부인이나 사회적으로 약한 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충'은 상대방을 공격하는 '접미사'로 굳어진 단어다. 아무 데나 끝에 벌레 충자를 붙여서 상대를 비하하는 것이다. '일베충', '맘충', '급식충', '출근충', '백수충', '틀니충' 등 마음에 들지 않는 대상을 벌레로 부르면서 공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016. 각 : ‘각’의 배경, 복잡계 이론
이 말은 앞으로 뭔가 될 것 같을 때, 가능성이 커 보일 때 쓰는 말이다. 원래 당구를 칠 때 하던 말에서 유래되었다. 당구는 공들이 테이블에 놓인 상황에서 어떤 각도로 공을 츠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판가름난다. 그래서 치기 전에 먼저 점수를 낼 수 있는 각도를 판단해야 한다. 이때 점수를 낼 가망이 있으면 "각이 나온다."라고 말하고, 어떻게 쳐도 점수가 나올 가망이 없을 때는 "아, 각이 안 나온다."라고 말하는데, 이 표현이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널리 퍼지고, 다시 고등학생들에게까지 알려지면서 당구 테이블을 일상생활에 적용되는 말이 되었다. '~할 각이다.'로 쓰이기도 하고 '치킨각', '완판각', '소송각'처럼 명사와 합쳐져서 쓰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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